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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한 질병’에 치료비 선지급 특징 보험금 지급요건 까다로운 점 유의

2010/09/01 21:10

보험 하나 없는 사람은 드물 정도로 보험은 일반화됐다. 하지만 보험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 매달 꼬박꼬박 지출하는 보험료에 대해서는 무덤덤하고 그 속내를 알고자 하면 너무 어려워서 이내 포기한다. 보험용어가 까다로워 약관해석은 엄두도 나지 않고 설명을 들어도 금세 잊고 만다. 이래서는 돈만 내고 활용하지 못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해진다. ‘보험과 1촌 맺기’를 통해 꼭 알아야 하지만 잘 모르는 보험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최근 수 년 동안 보험 상품의 주된 트렌드를 구성하는 것으로 변액보험과 CI보험을 들 수 있다. 특히 CI보험은 생소한 내용만큼이나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서로 할 말이 많은 뜨거운 이슈이다. 난해해 보이는 CI보험, 그 속을 한번 들여다보자.

주부 직장인 김 과장에게 모 생명보험사 설계사인 선배가 다녀갔다. 그가 건네준 상품안내서에는 ‘변액유니버셜CI통합종신보험’이라는 꽤 긴 상품명이 적혀 있다. 이름 참 길다 싶었다. 치명적인 질병에 걸리면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선배의 얘기를 아마도 풀어 설명한 거겠지 하고 들여다보니 첫 장부터 만만치 않다.

▶이 보험의 키워드는 CI다. 중대한 질병 혹은 치명적 질병이라고도 하는데 ‘Critical Illness’라는 영어 표기가 이해하는 데 더 빠를 수 있다. 중대한 암, 말기신부전증, 말기간질환, 중대한 뇌졸중,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 중대한 수술 시 보험금이 지급된다. 고액의 치료비가 소요되는 경우에 치료비를 선지급함으로써 가계의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다.

기존의 종신보험에도 사망보험금 일부를 선지급하는 내용이 특약에 포함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여명이 6개월 이내라는 전문의의 소견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CI보험에서 열거한 질병들의 경우 사망 확률이 매우 높다면 CI보험금 지급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선지급보다 상대적으로 지급 범위가 훨씬 더 넓은 데다, 의료기술의 비약적 발전 등을 감안하면 그 고유 기능을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보상은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건가? 김 과장은 작년 겨울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 중인 친정아버지 생각이 떠올라 기분이 우울해진다. 병원비에 보탬이 될 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예전에 가입한 보험이 있어서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결과는 거절이었다. ‘뇌출혈’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의 수준이 아니면 제대로 알고 보험 가입 못하겠네요” 라고 항변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CI보험이 보상하는 질병은 ‘중대한 질병’이다. 같은 암이나 뇌졸중이라도 ‘중대한’이라는 모호한 조건에 맞지 않으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뇌졸중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와 의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CI보험을 ‘뜨거운 감자’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무시할 수 없는 민원과 분쟁 발생 때문이다. 보험설계사의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가입한 소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고,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은 철저히 약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 약관은 법률용어와 의학용어가 혼재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 용어들을 쉽게 풀어쓰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CI보험을 둘러싼 분쟁과 잡음은 사실 약관의 난해함과 설계사의 잘못된 설명 혹은 오도에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어를 순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설계사나 FP에 대한 교육이라도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논의를 계속 확장하다 보면 보험을 판매하는 모든 사람은 약관에 기술된 의학용어를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비약을 낳을 수 있다. 이는 비단 CI보험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CI보험은 보상하는 질병을 ‘중대한’이라는 수식어로 제한하고 있어 더 어렵게 여겨진다.

‘중대한 암’을 통해 한번 가늠해보자. 약관을 들여다보면 통상적인 암보험 약관과 거의 비슷하고, 보장에서 제외하는 경우를 몇 가지 열거하고 있다. 초기전립샘암, 갑상샘암, HIV바이러스 관련 악성종양, 피부암이 제외된다. 또한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흑색종 중 침범 정도가 1.5㎜ 이하인 경우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암보험에서 보장하는 범위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 걸까? 도표는 질병분류코드상 암보험과의 차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중대한’이라는 제한은 큰 의미가 없다. 주의할 점은 가입 시기와 회사에 따라 면책 범위가 약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약관을 분실했다면 해당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암 보장 내용은 괜찮은 것 같은데 뇌졸중이나 다른 중대 질병의 경우에는 보상이 까다롭지 않을까? 보험료도 종신보험보다 높은 것 같고, 실손보험도 있는데 굳이 추가로 가입해야 하나? 

▶뇌졸중을 비롯한 기타 중대 질병이나 중대 수술의 경우 보험금 지급 요건이 중대한 암에 비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실손보험 가입 시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진단 특약 정도는 부가하는 것이 좋다. 만약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일반 종신보험보다는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흡연자, 음주 횟수가 잦은 사람, 업무가 과중한 사람들 또한 주요 대상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계약 보험료 면에서 CI보험은 종신보험보다 다소 높다. 사망 시뿐만 아니라 생존 시에도 고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를 감안한 것이 주된 이유다. 보험료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예정이율인데 회사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3.75~5.5% 수준인데 예정이율이 높을수록 보험료는 낮아진다. 사업비 등을 논외로 한다면 동일 조건에서 보험료는 최대 30% 수준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회사별 예정이율만 잘 체크해도 보험료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낮은 예정이율을 적용한 비싼 종신보험보다 높은 예정이율을 적용한 CI보험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가입 시 ‘이거 하나면 다 된다’라는 말은 하지도 듣지도 않았으면 한다.

CI보험은 변액보험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주장들만 있어 왔다. 변액보험을 적립식 펀드와 비교하면서 벌어졌던 소모적 논쟁 못지않게 CI보험에 대해서도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모집인 교육이나 완전판매를 위한 노력보다는 판매에만 급급했던 일부 보험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지나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판매 현장에서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문제 제기가 매우 중요하지만, 상품의 장단점에 대한 이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주도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금융 상품에는 장단점이 있고 유용성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적금의 효용을 아예 깡그리 무시할 순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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